님, 모심’은 수운 순도 이후 강원도로 숨어 든 해월이 민중과 더불어 살며 동학을 재건해 가는 과정과 강원도 지역 동학농민혁명사, 원주에서 체포되는 해월의 말기 행적을 기본 줄거리로 한다. 또한 현대에 들어 해월의 사상과 철학을 오롯이 실천함으로써 우리나라 생명운동의 태두가 된 장일순의 삶과 사상 속에서 되살아난 해월을 찾는 과정이 중첩된다. 해월이 과거의 ‘영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열린, 살아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이다.
1. 장일순, 해월을 만나다
2. 벼랑 끝에서
3. 품어 주고 숨겨 주는 가슴
4. 맵찬 바람 앞에서
5. 되살아나는 불꽃
6. 경전 간행으로 동학에 기름을 붓다
7. 혁명 전야
8. 혁명의 불꽃을 가슴에 품고
9. 불씨를 심고 떠나다
10. 사람 사이에 피운 생명꽃
서낭당 고개를 벗어나 산등성이로 올라서려는데 자꾸 아들의 몸이 처져 내렸다. 잠시 내려놓고 보니 아들은 기절해 있었다. 아들의 어깨를 흔드니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아버지를 알아보았는지 “아버지!” 부르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놈아, 정신 차려.”
아들은 뭐라고 입술을 달싹였다.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는 아들 얼굴에 귀를 바짝 대었다.
“용서하십시오. 불효자를….”
“그려, 이놈아. 아비보다 먼저 가는 놈은 불효자여.”
눈앞이 흐려지더니, 눈물이 두 눈에 가득 차올랐다.
“아니야, 불효자가 아니야. 어서 정신 차려. 도열아, 아비다. 보이냐?”
그가 아들을 흔들었지만, 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에 남아 있으라고 그렇게 말해도 안 듣더니…. 아들아! 도열아! 가지 마라. 이 아비가 대신 가마. 이 늙은 아비와 네 각시 놔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유시헌은 최병두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나머지 일행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