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서부 지역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홍주 덕산 보령 해미 등지를 아우르는 ‘내포’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나 충청도 내륙과 연결되고 교섭하면서도 독립적인 전투 군락을 이루었다. 동학으로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해방 세상을 이루었다가, 홍주성 전투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내포 곳곳으로 흩어져 죽음보다 더한 고난을 견디며 훗날을 도모해 나간 내포 사람들의 동학 이야기이다.
1장/ 슬픈 혼인날...9
2장/ 곰방대를 적시는 여름날의 소나기...23
3장/ 공주 집회67
4장/ 첫 접촉81
5장/ 광화문 집회101
6장/ 보은 집회109
7장/ 사라져야 할 것들126
8장/ 내포에 휘몰아치는 청일 전쟁의 공포163
9장/ 서로 거미줄을 치다215
10장/ 달빛을 밝히는 횃불255
11장/ 순섬이의 편지277
12장/ 날개 꺾인 잠자리304
13장/ 염도 없이 곡소리도 없이343
14장/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존재를 떠받치며 살리라371
““가겠습니다.” 순섬은 아들 찬고를 위해, 동학 재건을 위해,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샌프란시스코행을 결심했다. 오랫동안 염두에 두었던 일이기에, 그녀의 결심은 단호했다. ... 한 달 뒤 순섬은 연둣빛 저고리에 꽃분홍 치마를 입고 아들 찬고와 함께 오사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에 올랐다. 그녀의 품 안에는 오직 둘, 이창구에게 받은 운혜 한 켤레와 최장수가 선물로 준 청수기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존재를 떠받치며 살리라. 배가 뚜우 기적을 울리며 물살을 갈랐다. 물방울 하나가 그녀의 얼굴에 톡 떨어졌다. 올려다보니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내포에 부는 바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