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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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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담유사 쉽게읽기

    권 학 가


    1.

    노류한담(路柳閑談) 무사객(無事客)이 팔도강산 다 밟아서 

    전라도 은적암(隱跡庵)에 환세 차(換歲次)로 소일(消日)하니 

    무정한 이 세월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일신(一身)으로 비겨 서서 적세만물하여 보니 

    무사(無事)한 이내 회포 부칠 곳 바이없어 

    말로 하며 글을 지어 송구영신(送舊迎新) 하여 보세

    무정한 이 세월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화 세상사람들아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는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역력히 헤어 보니 광음(光陰)같은 이 세상에 

    부유(蜉蝣) 같은 저 인생을 칠십 평생 칭찬하여

    드물 희(稀)자 전(傳)탄 말가


    2.

    어화 세상사람들아 만고풍상(萬古風霜) 겪은 손이

    노래 한 장 지어 보세 만고풍상 겪은 일을

    산수 만나 소창(逍暢)하고 어린 자식 고향 생각 

    노래 지어 소창하니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여스라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사람마다 이러하며 허다한 언문(諺文) 가사 

    노래마다 이러할까 귀귀자자 살펴 내어

    역력히 외워 내서 춘삼월 호시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3.

    강산 구경 다 던지고 인심 풍속 살펴보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있지마는 인심 풍속 괴이하다

    세상 구경 못한 인생 출생 이후 첨이로다

    생장(生長)한 이내 곳에 인심 풍속 한탄해서

    불고가산(不顧家産) 발정(發程)하여 방방곡곡 찾아와서 

    매매사사 살펴보니 허다한 남녀 사람 

    사람마다 낯이 설고 인심 풍속 하는 거동 

    매매사사 눈에 거쳐 타도타관(他道他關) 아닐런가 

    이내 좁은 소견으로 호풍호속(好風好俗) 보려 하고 

    어진 친구 좋은 벗을 일조이별(一朝離別) 하단 말가

    산수 풍경 다 던지고 동지섣달 설한풍(雪寒風)에 

    촌촌전진(村村轉進) 하다가서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여 보세

    어화 세상사람들아 세상 풍속 모르거든 

    내 곳 풍속 살펴보소 이도 역시 시운(時運)이라 

    무가내라 할 길 없네 편답강산(遍踏江山) 아니하면 

    인심 풍속 이런 줄을 아니 보고 어찌 알꼬 

    대저 인간 백천만사(百千萬事) 보고 나니 한이 없네 


    4.

    자고급금(自古及今) 촌탁(忖度)하니 요순성세(堯舜聖世) 그때라도 

    일천지하(一天之下) 많은 사람 사람마다 요순일까

    윤회같이 둘린 운수 수원수구(誰怨誰咎) 아닐런가 

    아무리 이 세상도 현인 군자 있지마는 

    진토(塵土) 중에 묻힌 옥석 뉘라서 분간하며 

    안빈낙도 하지마는 뉘라서 지도할꼬


    5.

    시운을 의논해도 일성일쇠 아닐런가

    쇠운(衰運)이 지극하면 성운(盛運)이 오지마는 

    현숙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同歸一體) 하였던가

    어렵도다 어렵도다 만나기도 어렵도다 

    방방곡곡 찾아들어 만나기만 만날진댄

    흉중에 품은 회포 다른 할 말 바이없고 

    수문수답(隨問隨答) 하온 후에 당당정리(堂堂正理) 밝혀내어 

    일 세상 저 인물이 도탄(塗炭) 중 아닐런가

    함지사지(陷之死地) 출생들아 보국안민(輔國安民) 어찌 할꼬

    6.

    대저 인간 초목(草木) 군생(群生) 사생재천(死生在天) 아닐런가 

    불시풍우(不時風雨) 원망해도 임사호천(臨死號天) 아닐런가

    삼황오제(三皇五帝) 성현(聖賢)들도 경천순천(敬天順天) 아닐런가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不顧天命) 하단 말가 

    장평갱졸(長平坑卒) 많은 사람 한울님을 우러러서 

    조화(造化) 중에 생겼으니 은덕은 고사하고 

    근본조차 잊을소냐 가련한 세상사람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단 말가 경천순천(敬天順天) 하여스라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망기본(不忘其本) 하여스라 


    7.

    임금에게 공경(恭敬)하면 충신열사(忠臣烈士) 아닐런가 

    부모님께 공경하면 효자효부(孝子孝婦) 아닐런가 

    슬프다 세상사람 자세 보고 공경하소 

    나도 또한 출세(出世) 후에 조실부모(早失父母) 아닐런가 

    정성 공경 없었으니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나도 또한 충렬손(忠烈孫)이 초야에 자라나서 

    군신유의(君臣有義) 몰랐으니 득죄군왕(得罪君王) 아닐런가 

    허송세월(虛送歲月) 지내나니 거연(居然) 사십 되었더라 

    사십 평생 이뿐인가 무가내라 할 길 없네  


    8.

    하원갑(下元甲) 경신년(庚申年)에 전해 오는 세상 말이 

    요망한 서양적이 중국을 침범해서

    천주당(天主堂) 높이 세워 거 소위(所謂) 하는 도(道)를 

    천하에 편만(遍滿)하니 가소절창(可笑絶脹) 아닐런가 

    증전에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아동방(我東方) 어린 사람 예의오륜(禮義五倫) 다 버리고 

    남녀노소 아동주졸(兒童走卒) 성군취당(成群聚黨) 극성(極盛) 중에

    허송세월 한단 말을 보는 듯이 들어오니 

    무단히 한울님께 주소(晝宵) 간 비는 말이

    삼십삼천(三十三天) 옥경대(玉京臺)에 나 죽거든 가게 하소

    우습다 저 사람은 저의 부모 죽은 후에

    신(神)도 없다 이름 하고 제사(祭祀)조차 안 지내며

    오륜(五倫)에 벗어나서 유원속사(唯願速死) 무삼 일고

    부모 없는 혼령 혼백 저는 어찌 유독 있어

    상천(上天)하고 무엇하고 어린 소리 말아스라

    그 말 저 말 다 던지고 한울님을 공경하면

    아동방(我東方) 삼년괴질 죽을 염려 있을소냐 

    허무(虛無)한 너희 풍속 듣고 나니 절창(絶唱)이오 

    보고 나니 개탄(慨歎)일세 


    9.

    내 역시 사십 평생 해음없이 지내나니 

    이제야 이 세상에 홀연히 생각하니 

    시운이 둘렀던가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창건(創建)하니 이도 역시 시운이라 

    일일시시(日日時時) 먹는 음식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 내어 

    한울님을 공경하면 자아시(自兒時) 있던 신병(身病) 

    물약자효(勿藥自效) 아닐런가 가중차제(家中次第) 우환(憂患) 없어 

    일년 삼백육십 일을 일조(一朝)같이 지내가니 

    천우신조(天佑神助) 아닐런가  


    10.

    차차차차 증험하니 윤회시운 분명하다 

    어화 세상사람들아 이내 경계하는 말씀 

    세세명찰(細細明察) 하온 후에 잊지 말고 지켜 내어 

    성지우성(誠之又誠) 공경해서 한울님만 생각하소 

    처자 불러 효유(曉諭)하고 영세불망(永世不忘) 하여스라 

    아동방(我東方) 연년괴질(年年怪疾) 인물상해(人物傷害) 아닐런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 편답주류(遍踏周流) 하다가서 

    어진 사람 만나거든 시운시변(時運時變) 의논하고

    백 년 신세 말하거든 이 글 주고 결의(結義)해서 

    붕우유신(朋友有信) 하여 보세 우매한 이내 말씀 

    잊지 말고 생각하소 우자천려(愚者千慮) 그 가운데 

    필유일득(必有一得) 되게 되면 그 아니 덕일런가 

    운수 관계 하는 일은 고금에 없는고로 

    졸필졸문(拙筆拙文) 지어내어 모몰염치(冒沒廉恥) 전해 주니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흠재훈사(欽哉訓辭) 하여스라

    권 학 가

     
    1.

    노류한담(路柳閑談) 무사객(無事客)이 팔도강산 다 밟아서

    (한가로이 소일하던 나그네가 팔도강산 다 밟아서)

    전라도 은적암(隱跡庵)에 환세 차(換歲次)로 소일(消日)하니

    (전라도 은적암에서 하는 일 없이 한 해를 보내자니,)

    무정한 이 세월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무정한 이 세월에 할 일 없이 놀고먹네.)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넓고 넓은 이 천지에 지팡이 하나로 벗을 삼아)

    일신(一身)으로 비겨 서서 적세만물 하여 보니

    (이 한 몸 기대서서 세상 이치 헤아려보니,)

    무사(無事)한 이내 회포 부칠 곳 바이없어

    (할 일 없는 이내 심정 풀어놓을 곳 하나 없어)

    말로 하며 글을 지어 송구영신(送舊迎新) 하여 보세

    (노래 한 장 지으면서 새해를 맞아 보세.)

    무정한 이 세월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무정한 이 세월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화 세상사람들아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는

    (어화, 세상사람들아, ‘인간칠십고래희’는)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예부터 전해오는 말 아닌가. 무정한 이 세월을)

    역력히 헤어 보니 광음(光陰)같은 이 세상에

    (하나하나 헤아려 보니, 광음 같은 이 세상에)

    부유(蜉蝣) 같은 저 인생을 칠십 평생 칭찬하여

    (하루살이 같은 저 인생을 칠십 평생 살았다고)

    드물 희(稀)자 전(傳)탄 말가 

    (드물 희자를 말하는가?)  


    2.

    어화 세상사람들아 만고풍상(萬古風霜) 겪은 손이

    (어화, 세상사람들아, 온갖 고생 겪은 나그네가)

    노래 한 장 지어 보세 만고풍상 겪은 일을

    (노래 한 장 지어 보세. 온갖 고생 겪은 일을)

    산수 만나 소창(逍暢)하고 어린 자식 고향 생각 

    (산수 만나 풀어내고 어린 자식 고향 생각)

    노래 지어 소창하니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노래 지어 풀어내니,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여스라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자세히 읽고 음미하라.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사람마다 이러하며 허다한 언문(諺文) 가사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겠으며, 수많은 한글 가사 중에)

    노래마다 이러할까 귀귀자자 살펴 내어

    (이런 노래가 또 있을까. 한 글자 한 구절 꼼꼼히 살펴보고)

    역력히 외워 내서 춘삼월 호시절에

    (분명하게 외워 내서 춘삼월 호시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놀고 보고 먹고 보세.

    3.

    강산 구경 다 던지고 인심 풍속 살펴보니

    (강산 구경 그만 두고 인심 풍속 살펴보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朋友有信) 있지마는 인심 풍속 괴이하다

    (붕우유신’ 있지마는, 인심 풍속 괴상하다.)

    세상 구경 못한 인생 출생 이후 첨이로다

    (세상 구경 못한 인생 태어나 처음 보는 일이로다.)

    생장(生長)한 이내 곳에 인심 풍속 한탄해서

    (나고 자란 내 고향의 인심 풍속 한탄해서)

    불고가산(不顧家産) 발정(發程)하여 방방곡곡 찾아와서

    (집안 살림 버려두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 방방곡곡 찾아와서)

    매매사사 살펴보니 허다한 남녀 사람

    (매매사사 살펴보니, 많고 많은 모든 사람)

    사람마다 낯이 설고 인심 풍속 하는 거동

    (사람마다 낯이 설고 인심 풍속 하는 거동)

    매매사사 눈에 거쳐 타도타관(他道他關) 아닐런가 

    (매매사사 눈에 거슬리니 낯선 타향 아닐런가.)

    이내 좁은 소견으로 호풍호속(好風好俗) 보려 하고

    (나의 좁은 생각으로 무슨 좋은 풍속 보겠다고)

    어진 친구 좋은 벗을 일조이별(一朝離別) 하단 말가

    (어진 친구 좋은 벗을 하루아침에 이별했단 말인가.)

    산수 풍경 다 던지고 동지섣달 설한풍(雪寒風)에 

    (산수 구경 그만두고 동지섣달 설한풍에)

    촌촌전진(村村轉進) 하다가서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여 보세

    (이 마을 저 마을 다녀보다가 한 번 웃고 떨쳐버리세.)

    어화 세상사람들아 세상 풍속 모르거든

    (어화, 세상사람들아, 세상 풍속 모르거든)

    내 곳 풍속 살펴보소 이도 역시 시운(時運)이라

    (내 곳 풍속 살펴보소. 이도 역시 시운이라)

    무가내라 할 길 없네 편답강산(遍踏江山) 아니하면

    (어쩔 수가 없구나. 세상 구경 두루두루 아니 하면)

    인심 풍속 이런 줄을 아니 보고 어찌 알꼬

    (인심 풍속 이런 줄을 아니 보고 어찌 알꼬.)

    대저 인간 백천만사(百千萬事) 보고 나니 한이 없네

    (이 세상 온갖 일들을 보고 나니 한이 없네.)

    4.

    자고급금(自古及今) 촌탁(忖度)하니 요순성세(堯舜聖世) 그때라도

    (예와 지금 살펴보니, 요순성세 그때라도)

    일천지하(一天之下) 많은 사람 사람마다 요순일까

    (한 하늘 아래 모든 사람 사람마다 요순이었을까.)

    윤회같이 둘린 운수 수원수구(誰怨誰咎) 아닐런가

    (바퀴 돌 듯 돌아온 운수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아무리 이 세상도 현인 군자 있지마는

    (아무리 이런 세상이라도 현인 군자 있겠지만,)

    진토(塵土) 중에 묻힌 옥석 뉘라서 분간하며

    (진흙 속에 묻힌 옥과 돌을 어느 누가 가려내며,)

    안빈낙도 하지마는 뉘라서 지도할꼬

    (안빈낙도 하지마는 그 누가 지도할까.)

    5.

    시운을 의논해도 일성일쇠 아닐런가

    (시운을 의논해도 성한 후에 쇠하고 쇠한 후에 성하는 게 아니겠는가.)

    쇠운(衰運)이 지극하면 성운(盛運)이 오지마는

    (쇠운이 지극하면 성운이 오지마는,)

    현숙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同歸一體) 하였던가

    (현숙한 여러분들은 동귀일체 하였느냐.)

    어렵도다 어렵도다 만나기도 어렵도다

    (어렵도다, 어렵도다, 만나기도 어렵도다.)

    방방곡곡 찾아들어 만나기만 만날진댄

    (방방곡곡 찾아들어 만나기만 만난다면,)

    흉중에 품은 회포 다른 할 말 바이없고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니라)

    수문수답(隨問隨答) 하온 후에 당당정리(堂堂正理) 밝혀내어

    (서로 문답을 하고 나서 바른 이치를 밝혀내고 싶을 뿐이다.)

    일 세상 저 인물이 도탄(塗炭) 중 아닐런가

    (온 세상 사람들이 도탄에 빠져 있지 않은가.)

    함지사지(陷之死地) 출생들아 보국안민(輔國安民) 어찌 할꼬

    (사지(死地)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아 보국안민은 어찌할까.)

    6.

    대저 인간 초목(草木) 군생(群生) 사생재천(死生在天) 아닐런가

    (무릇,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한울님께 달려 있지 않은가.)

    불시풍우(不時風雨) 원망해도 임사호천(臨死號天) 아닐런가

    (때 아닌 비바람에 한울님을 원망해도 죽음에 임하여 찾는 건 한울님 아닌가.)

    삼황오제(三皇五帝) 성현(聖賢)들도 경천순천(敬天順天) 아닐런가

    (삼황오제와 같은 성현들도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를 따르지 않았는가.)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不顧天命) 하단 말가

    (어지럽고 각박한 이 세상에 어찌 천명을 살펴보지 않는단 말인가.)

    장평갱졸(長平坑卒) 많은 사람 한울님을 우러러서

    (억울하게 죽은 많은 사람들도 한울님을 우러러서)

    조화(造化) 중에 생겼으니 은덕은 고사하고

    (조화 중에 생겼는데 은덕은 고사하고)

    근본조차 잊을소냐 가련한 세상사람

    (근본조차 잊을소냐. 가련한 세상사람)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단 말가 경천순천(敬天順天) 하여스라

    (각자위심 하단 말가.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를 따르라.)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망기본(不忘其本) 하여스라

    (어지럽고 각박한 이 세상에 근본이 한울님임을 잊지 말라.) 

    7.

    임금에게 공경(恭敬)하면 충신열사(忠臣烈士) 아닐런가

    (임금에게 공경하면 충신열사 아닐런가.)

    부모님께 공경하면 효자효부(孝子孝婦) 아닐런가

    (부모님께 공경하면 효자효부 아닐런가.)

    슬프다 세상사람 자세 보고 공경하소

    (슬프다, 세상사람, 자세히 보고 공경하소.)

    나도 또한 출세(出世) 후에 조실부모(早失父母) 아닐런가

    (나도 또한 태어나서 부모님을 일찍 여의지 않았던가.)

    정성 공경 없었으니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부모님께 정성 공경 못했으니 죄를 지은 것 아니겠는가.)

    나도 또한 충렬손(忠烈孫)이 초야에 자라나서

    (나도 또한 충신의 자손으로 초야에 자라나서)

    군신유의(君臣有義) 몰랐으니 득죄군왕(得罪君王) 아닐런가

    (군신유의 몰랐으니 임금께도 죄를 진 것 아니겠는가.)

    허송세월(虛送歲月) 지내나니 거연(居然) 사십 되었더라

    (허송세월 하다 보니 어느덧 사십이라.)

    사십 평생 이뿐인가 무가내라 할 길 없네

    (사십 평생 이뿐인가, 어찌할 도리가 전혀 없네.) 

    8.

    하원갑(下元甲) 경신년(庚申年)에 전해 오는 세상 말이

    (하원갑 경신년에 전해 오는 세상 말이,)

    요망한 서양적이 중국을 침범해서

    (‘요망한 서양적이 중국을 침범해서)

    천주당(天主堂) 높이 세워 거 소위(所謂) 하는 도(道)를

    (천주당 높이 세워 이른바 도라고 하는 것을)

    천하에 편만(遍滿)하니 가소절창(可笑絶脹) 아닐런가

    (온 세상에 퍼뜨린다’ 하니, 우습기 짝이 없네.)

    증전에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이전에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아동방(我東方) 어린 사람 예의오륜(禮義五倫) 다 버리고

    (우리나라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예의도 오륜도 다 버리고)

    남녀노소 아동주졸(兒童走卒) 성군취당(成群聚黨) 극성(極盛) 중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무리지어 극성떨며)

    허송세월 한단 말을 보는 듯이 들어오니

    (허송세월 한단 말을 보는 듯이 듣게 되니,)

    무단히 한울님께 주소(晝宵) 간 비는 말이

    (무단히 한울님께 밤낮으로 비는 말이)

    삼십삼천(三十三天) 옥경대(玉京臺)에 나 죽거든 가게 하소

    (‘하늘에 있는 천당에 나 죽거든 가게 하소.’)

    우습다 저 사람은 저의 부모 죽은 후에

    (우습다, 저 사람은 자기 부모 죽은 뒤에)

    신(神)도 없다 이름 하고 제사(祭祀)조차 안 지내며

    (신도 없다고 하면서 제사조차 안 지내고,)

    오륜(五倫)에 벗어나서 유원속사(唯願速死) 무삼 일고

    (오륜에 벗어나서 빨리 죽어 천당 가기만을 바란다니, 이 무슨 일인가.)

    부모 없는 혼령 혼백 저는 어찌 유독 있어

    (부모님의 혼령은 없다 하면서 저에게만 어찌 있어,)

    상천(上天)하고 무엇하고 어린 소리 말아스라

    (천당에 가겠다 하니 어리석은 소리는 하지 말아라.

    그 말 저 말 다 던지고 한울님을 공경하면

    (그 말 저 말 다 그만두고 한울님을 공경하면)

    아동방(我東方) 삼년괴질 죽을 염려 있을소냐

    (우리나라에 괴질이 돈다 해도 죽을 염려 있겠느냐.)

    허무(虛無)한 너희 풍속 듣고 나니 절창(絶唱)이오

    (허무한 너희 풍속 듣고 나니 기막히고)

    보고 나니 개탄(慨歎)일세

    (보고나니 탄식만 나오는구나.) 

    9.

    내 역시 사십 평생 해음없이 지내나니

    (내 역시 사십 평생 하염없이 지냈으나)

    이제야 이 세상에 홀연히 생각하니

    (이제야 이 세상에 홀연히 생각하니,)

    시운이 둘렀던가 만고 없는 무극대도

    (시운이 돌아온 것인가.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창건(創建)하니 이도 역시 시운이라

    (이 세상에 비로소 펼쳐 내니 이도 역시 시운이라.)

    일일시시(日日時時) 먹는 음식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 내어

    (하루하루 먹는 음식 정성 공경 지켜 내어)

    한울님을 공경하면 자아시(自兒時) 있던 신병(身病)

    (한울님을 공경하면 어릴 때부터 있던 병이라도)

    물약자효(勿藥自效) 아닐런가 가중차제(家中次第) 우환(憂患) 없어

    (약을 쓰지 않고도 낫지 않겠는가. 온 집안이 우환 없어)

    일년 삼백육십 일을 일조(一朝)같이 지내가니

    (일 년 삼백육십 일을 한결같이 지내가니)

    천우신조(天佑神助) 아닐런가

    (한울님 은덕이 아니겠느냐.)

    10.

    차차차차 증험하니 윤회시운 분명하다

    (차차차차 겪어 보니 시운이 돌아왔음이 분명하다.)

    어화 세상사람들아 이내 경계하는 말씀

    (어화, 세상사람들아, 내가 하는 경계의 말씀을)

    세세명찰(細細明察) 하온 후에 잊지 말고 지켜 내어

    (자세히 밝게 살핀 후에 잊지 말고 지켜 내어)

    성지우성(誠之又誠) 공경해서 한울님만 생각하소

    (정성을 다해 공경해서 한울님만 생각하소.)

    처자 불러 효유(曉諭)하고 영세불망(永世不忘) 하여스라

    (처자 불러 타이르고 영원히 잊지 말도록 당부하라.)

    아동방(我東方) 연년괴질(年年怪疾) 인물상해(人物傷害) 아닐런가

    (우리나라에 해마다 도는 괴질 사람이 상하지 않겠는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 편답주류(遍踏周流) 하다가서

    (나도  또한 이 세상을 두루두루 돌아보다가)

    어진 사람 만나거든 시운시변(時運時變) 의논하고

    (어진 사람 만나거든 변화하는 시운을 의논하고,)

    백 년 신세 말하거든 이 글 주고 결의(結義)해서

    (평생토록 뜻을 같이 한다고 하면 이 글 주고 결의해서)

    붕우유신(朋友有信) 하여 보세 우매한 이내 말씀

    (영원히 변치 않는 벗이 되어보세. 어리석은 이내 말씀)

    잊지 말고 생각하소 우자천려(愚者千慮) 그 가운데

    (잊지 말고 생각하소.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이라 해도)

    필유일득(必有一得) 되게 되면 그 아니 덕일런가

    (얻을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아니 덕일런가.)

    운수 관계 하는 일은 고금에 없는고로

    (운수로 세상 이치를 헤아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으므로)

    졸필졸문(拙筆拙文) 지어내어 모몰염치(冒沒廉恥) 전해 주니

    (부족한 글이나마 지어내어 염치없이 전해 주니,)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흠재훈사(欽哉訓辭) 하여스라

    (이 글 보고 웃지 말고 공경하여 가르침의 말씀으로 삼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