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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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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용담유사 쉽게읽기

    흥 비 가

     
    1.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하니 기칙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斤)이로다

    목전지사(目前之事) 쉬이 알고 심량(深諒) 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末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

    이러므로 세상 일이 난지이유이(難之而猶易)하고 

    이지이난(易之而難)인 줄을 깨닫고 깨달을까


    2.

    명명(明明)한 이 운수는 다 같이 밝지마는

    어떤 사람 저러하고 어떤 사람 이러한지

    이리 촌탁(忖度) 저리 촌탁 각각 명운(命運) 분명하다

    의아(疑訝) 있는 그 사람은 천고청비(天高聽卑) 그 문자를

    궁사멱득(窮思覓得) 하여 내어 제 소위 추리(推理)라고

    생각나니 이뿐이오 그런고로 평생 소위

    일변(一邊)은 교사(狡詐)하고 일변은 가소(可笑)로다

    한울님이 높으시나 청비문자(聽卑文字) 겁을 내서

    말은 비록 아니 하나 심사(心思)를 속여 내어

    이 운수가 어떠할지 탁명(托名)이나 하여 보자

    모든 친구 유인하여 흔연(欣然) 대접(待接)하는 듯다

    아서라 저 사람은 네가 비록 암사(暗詐)하나

    한울님도 모르실까 그중에 몰각자(沒覺者)는

    조석지우(朝夕之憂) 있지마는 없는 것 구해 가며

    온포지공(溫飽之供) 착실하여 소위 통정(通情)하는 말이

    성운성덕(盛運盛德) 우리 도유(道儒) 여사애당(如斯愛黨) 하거니와

    심지상통(心志相通) 아니 할까 묻잖은 그 말이며

    청(請)찮은 그 소리를 툭툭 털어 다하자니

    그 모양 오작할까 교사(狡詐)한 저 사람은

    좋은 듯이 듣고 앉아 중심(中心)에 하는 말이,

    내 복인가 내 복인가 열세 자가 내 복인가,

    어찌 이리 좋은 운수 그때부터 없었는고

    영험(靈驗) 되고 좋은 말은 귀 밖으로 다 버리고

    그중에 불미지사(不美之事) 달게 듣고 모아 내어

    흉중에 가득하면 마지못해 떠나가니

    삼복(三伏) 염증(炎蒸) 저문 날에 소리하고 오는 짐승

    귀에 와서 하는 거동 정분(情分)도 있는 듯고

    이 세상 풍속 됨이 음해가 주장이라

    통기(通寄)하고 오자 하니 의심 없이 앉았다가

    말초(末梢)에 해(害)가 미쳐 막지기단(莫知其端) 아닐런가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먼저 우는 그 짐승은

    해아지심(害我之心) 두게 되면 소리하기 뜻밖이요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아무려나 살펴보자

    적은듯 기다리니 그 놈 자취 분명하다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저 건너 저 배나무에 배가 어찌 떨어져서

    만단의아(萬端疑訝) 둘 즈음에 까마귀 날아가서

    즉시 파혹(破惑)하였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백주대적(白晝大賊) 있단 말을

    자세히도 들었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포식양거(飽食揚去) 되었으니

    문장군(蚊將軍)이 너 아니냐.




    3.

    그중에 현인(賢人) 달사(達士) 내 말 잠깐 들어 보소

    합기덕(合其德) 알았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알지마는

    그러나 자고급금(自古及今) 사사상수(師師相授) 한다 해도 

    자재연원(自在淵源) 아닐런가 일일이 거울해서 

    비야(比也) 흥야(興也) 하였으니 범연간과(泛然看過) 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여스라. 



    4.

    칠팔 세 글을 배워 심장적구(尋章摘句) 하여 내어 

    청운교(靑雲橋) 낙수교(洛水橋)에 입신양명(立身揚名) 할 마음은 

    사람마다 있지마는, 깊고 깊은 저 웅덩에 

    진심갈력(盡心竭力) 지은 글을 넣고 나니 허무(虛無)하다. 

    천수(天數)만 바라다가 많고 많은 그 사람에 

    몇몇이 참예해서 장악원(掌樂院) 대풍류로 

    삼일유가(三日遊街) 기장하다. 이 일 저 일 볼작시면 

    허무하기 다시없어, 아니 가자 맹세해도 

    내 운수 내가 몰라 종종이 다니다가

    이내 마음 마칠진댄 그 아니 운수런가



    5.

    원처(遠處)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내가 이(利)코 

    아니 가면 해가 되어 불일발정(不日發程) 하다가서 

    중로(中路)에 생각하니 길은 점점 멀어지고 

    집은 종종 생각나서 금(禁)치 못한 만단의아(萬端疑訝). 

    배회(徘徊) 노상(路上) 생각하니, 정녕히 알작시면 

    이 걸음을 가지마는 어떨런고 어떨런고

    도로 회정(回程)하였더니 저 사람 용렬(庸劣)하고. 

    글 네 자 밝혀내어 만고사적(萬古事蹟) 소연(昭然)하다. 

    아홉 길 조산(造山)할 때 그 마음 오작할까. 

    당초(當初)에 먹은 생각 과불급(過不及) 될까 해서 

    먹고 먹고 다시 먹고 오인육인(五仞六仞) 모을 때는 

    보고 나니 자미 되고 하고 나니 성공이라

    어서 하자 바삐 하자 그러그러 다해 갈 때 

    이번이나 저번이나 차차차차 풀린 마음

    조조해서 자주 보고 지질해서 그쳤더니 

    다른 날 다시 보니 한 소쿠리 더했으면 

    여한 없이 이룰 공을 어찌 이리 불급(不及)한고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운수는 길어지고 

    조가튼 잠시로다 생각고 생각하소.


    6.

    연포(連抱)한 좋은 나무가 두어 자 썩었은들 

    양공(良工)은 불기(不棄)라도 그 말이 민망하다. 

    장인(匠人)이 불급(不及)하여 아니 보면 어찌하리.


    7.

    그 말 저 말 다하자니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약간 약간 기록하니 여차여차우여차(如此如此又如此)라. 

    이 글 보고 저 글 보고 무궁한 그 이치를 

    불연기연(不然其然) 살펴 내어 부야(賦也) 흥야(興也) 비(比)해 보면 

    글도 역시 무궁하고 말도 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 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

    흥 비 가

     
    1.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하니 기칙불원(其則不遠)이라

    (『시경』에서 이르기를,‘도끼자루 만드는데 잡은 도끼자루 보고 찍으니 그 만드는 법이 멀리 있지 않구나’하였으니,)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내 앞에 보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斤)이로다

    (이는 사람이 하는 것이요, 도끼에 있는 것이 아니로다.)

    목전지사(目前之事) 쉬이 알고 심량(深諒) 없이 하다가서

    (눈앞의 일 쉽게 알고 깊이 헤아리지 않고 하다가)

    말래지사(末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

    (끝이 좋지 않게 되면 그 또한 한이 되지 않겠는가.)

    이러므로 세상 일이 난지이유이(難之而猶易)하고

    (이러므로 세상 일이 어려운 듯하지만 쉽고,

    이지이난(易之而難)인 줄을 깨닫고 깨달을까

    (쉬운 듯하지만 어려운 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2.

    명명(明明)한 이 운수는 다 같이 밝지마는

    (밝고 밝은 이 운수는 누구나 다 같지만)

    어떤 사람 저러하고 어떤 사람 이러한지

    (어떤 사람은 저러하고 어떤 사람은 이러한지,)

    이리 촌탁(忖度) 저리 촌탁 각각 명운(命運) 분명하다

    이리 저리 헤아려 보니 운명이 각각임이 분명하다.)

    의아(疑訝) 있는 그 사람은 천고청비(天高聽卑) 그 문자를

    (의심스럽고 이상한 그 사람은‘하늘은 높이 있어도 낮은 곳의 소리도 다 듣는다’는 그 문자를)

    궁사멱득(窮思覓得) 하여 내어 제 소위 추리(推理)라고

    (애써 생각해 내서 제 나름대로 추측해서)

    생각나니 이뿐이오 그런고로 평생 소위

    (생각하는 것이 이뿐이라. 그러므로 하는 짓이)

    일변(一邊)은 교사(狡詐)하고 일변은 가소(可笑)로다

    (한편으론 교활하고 한편으론 가소롭다.)

    한울님이 높으시나 청비문자(聽卑文字) 겁을 내서

    (한울님은 높이 계시지만 ‘낮은 곳의 소리도 다 듣는다는 말’을 겁내서,)

    말은 비록 아니 하나 심사(心思)를 속여 내어

    (말은 비록 안 하지만 속마음을 속여 내어,)

    이 운수가 어떠할지 탁명(托名)이나 하여 보자

    (‘이 운수가 어떠할지 이름이나 걸어보자’)

    모든 친구 유인하여 흔연(欣然) 대접(待接)하는 듯다

    (모든 친구 꾀어내어 기꺼이 대접하는 척하는구나.)

    아서라 저 사람은 네가 비록 암사(暗詐)하나

    (아서라, 저 사람은 네가 비록 몰래 속이고 있으나)

    한울님도 모르실까 그중에 몰각자(沒覺者)는

    (한울님도 모르실까. 그 가운데 몰지각한 사람은)

    조석지우(朝夕之憂) 있지마는 없는 것 구해 가며

    (아침저녁 끼니 걱정하는 처지에 없는 것 구해 가며)

    온포지공(溫飽之供) 착실하여 소위 통정(通情)하는 말이

    (따뜻하고 배부르게 대접하면서 마음이 통한다고 하는 말이)

    성운성덕(盛運盛德) 우리 도유(道儒) 여사애당(如斯愛黨) 하거니와

    (“좋은 운수와 덕을 맞이한 우리 동덕들, 우리끼리는 서로서로 아끼거니와)

    심지상통(心志相通) 아니 할까 묻잖은 그 말이며

    (마음도 서로 통하는 것 아니겠는가”묻지도 않은 그 말이며)

    청(請)찮은 그 소리를 툭툭 털어 다하자니

    (청하지도 않은 그 소리를 툭툭 털어 다하자니)

    그 모양 오작할까 교사(狡詐)한 저 사람은

    (그 모양이 오죽하겠는가. 교활하고 간사한 저 사람은)

    좋은 듯이 듣고 앉아 중심(中心)에 하는 말이,

    (좋은 듯이 듣고 앉아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

    내 복인가 내 복인가 열세 자가 내 복인가,

    (‘내 복인가, 내 복인가, 열세 자가 내 복인가,)

    어찌 이리 좋은 운수 그때부터 없었는고

    (어찌 이렇게 좋은 운수 왜 예전에는 없었는고.’)

    영험(靈驗) 되고 좋은 말은 귀 밖으로 다 버리고

    (영험 있는 좋은 말은 귀 밖으로 다 버리고

    그중에 불미지사(不美之事) 달게 듣고 모아 내어

    (그중에서 좋지 않은 일들만 자기에게 이롭게 듣고서 모았다가)

    흉중에 가득하면 마지못해 떠나가니

    (흉중에 가득차면 마지 못한 듯 떠나가는구나.)

    삼복(三伏) 염증(炎蒸) 저문 날에 소리하고 오는 짐승

    (삼복 더위 저물녘에 소리 내며 오는 짐승)

    귀에 와서 하는 거동 정분(情分)도 있는 듯고

    (귀에 와서 하는 거동 정분도 있는 듯하구나.)

    이 세상 풍속 됨이 음해가 주장이라

    (이 세상 풍속이 몰래 해를 끼치는 것이 대부분인데)

    통기(通寄)하고 오자 하니 의심 없이 앉았다가

    (기별을 하고 오니, 의심 없이 앉았다가)

    말초(末梢)에 해(害)가 미쳐 막지기단(莫知其端) 아닐런가

    (끝내는 해가 되니 그 까닭을 알 수 없구나.)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먼저 우는 그 짐승은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먼저 우는 그 짐승은)

    해아지심(害我之心) 두게 되면 소리하기 뜻밖이요

    (해칠 마음 있었으면 소리 내기 뜻밖이요.)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아무려나 살펴보자

    (이 웬 일고, 이 웬 일고, 아무튼 한 번 살펴보자.)

    적은듯 기다리니 그 놈 자취 분명하다

    (잠깐 기다려 보니 그놈이 한 짓이 분명하구나.)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지각없다, 지각없다, 우리 사람 지각없다.)

    저 건너 저 배나무에 배가 어찌 떨어져서

    (저 건너 저 배나무에 배가 어찌 떨어져서)

    만단의아(萬端疑訝) 둘 즈음에 까마귀 날아가서

    (이상한 생각이 들 즈음에 까마귀 날아가서)

    즉시 파혹(破惑)하였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모든 의심 풀렸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백주대적(白晝大賊) 있단 말을

    (우리 사람 지각없다. 한낮에도 도적이 나타난다는 말을)

    자세히도 들었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자세히도 알면서도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포식양거(飽食揚去) 되었으니

    (우리 사람 지각없다.  제 배만 채우고 떠나갔으니)

    문장군(蚊將軍)이 너 아니냐.

    (모기와 같은 놈이 너로구나) 

    3.

    그중에 현인(賢人) 달사(達士) 내 말 잠깐 들어 보소

    (그중에 어질고 밝은 사람 내 말 잠깐 들어 보시오.)

    합기덕(合其德) 알았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알지마는

    (한울님의 덕과 하나임을 알았으니 자연히 이루어짐도 알 것이지만)

    그러나 자고급금(自古及今) 사사상수(師師相授) 한다 해도

    (그러나 예로부터 지금까지 스승과 스승이 서로 전해준다고 해도)

    자재연원(自在淵源) 아닐런가 일일이 거울해서

    (본래의 연원으로부터 이어지는 것 아닌가. 일일이 거울해서

    비야(比也) 흥야(興也) 하였으니 범연간과(泛然看過) 하지 말고

    (비와 흥으로 비유하였으니 대충 보고 넘기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여스라.

    (자세히 읽고 음미하라. )


    4.

    칠팔 세 글을 배워 심장적구(尋章摘句) 하여 내어

    (칠팔 세부터 글을 배워, 문장이나 구절을 찾아 외워내어)

    청운교(靑雲橋) 낙수교(洛水橋)에 입신양명(立身揚名) 할 마음은

    (과거에나 급제하여 세상에 이름이나 떨칠 마음은)

    사람마다 있지마는, 깊고 깊은 저 웅덩에 

    (사람마다 있지마는, 깊고 깊은 웅덩이에)

    진심갈력(盡心竭力) 지은 글을 넣고 나니 허무(虛無)하다.

    (온 마음으로 힘써 지은 글을 넣고 나니 허무하다.)

    천수(天數)만 바라다가 많고 많은 그 사람에

    (천운만 바라다가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몇몇이 참예해서 장악원(掌樂院) 대풍류로

    (몇몇은 급제하여 장악원 대풍류로)

    삼일유가(三日遊街) 기장하다. 이 일 저 일 볼작시면

    (삼일 동안 잔치하니 그 모습이 장하구나. 이 일 저 일 볼 것 같으면)

    허무하기 다시없어, 아니 가자 맹세해도

    (허무하기 다시없어, 그만두자 맹세해도)

    내 운수 내가 몰라 종종이 다니다가

    (내 운수 혹시 몰라 때마다 다니다가)

    이내 마음 마칠진댄 그 아니 운수런가

    (결국 마음을 접게 된다면 그것 또한 운수가 아닐런가.

    5.

    원처(遠處)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내가 이(利)코

    (먼 곳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나에게 이롭고,)

    아니 가면 해가 되어 불일발정(不日發程) 하다가서

    (아니 가면 해(害)가 되어, 무작정 떠났다가)

    중로(中路)에 생각하니 길은 점점 멀어지고

    (도중에서 생각하니 길은 점점 멀어지고)

    집은 종종 생각나서 금(禁)치 못한 만단의아(萬端疑訝).

    (집은 종종 생각나서 이런저런 온갖 의심 떨치지 못하고서)

    배회(徘徊) 노상(路上) 생각하니, 정녕히 알작시면

    (길에서 배회하며 생각하니, 이롭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면)

    이 걸음을 가지마는 어떨런고 어떨런고

    (이 걸음을 가련마는,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도로 회정(回程)하였더니 저 사람 용렬(庸劣)하고.

    (발길을 돌렸더니 저 사람 못났구나.)

    글 네 자 밝혀내어 만고사적(萬古事蹟) 소연(昭然)하다. 

    (글 네 자 밝혀내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모든 것들이 분명해졌구나.)

    아홉 길 조산(造山)할 때 그 마음 오작할까.

    (아홉 길 되는 산을 쌓아올릴 때 그 마음 오죽할까.)

    당초(當初)에 먹은 생각 과불급(過不及) 될까 해서

    (처음에 먹은 마음 행여나 잘못될까 염려되어,)

    먹고 먹고 다시 먹고 오인육인(五仞六仞) 모을 때는 

    (마음을 굳게 다시 먹고 대여섯 길 쌓여갈 때는)

    보고 나니 자미 되고 하고 나니 성공이라

    (보고 나니 재미도 있고, 하고 나니 뿌듯함도 있더라.)

    어서 하자 바삐 하자 그러그러 다해 갈 때

    (어서 하자, 바삐 하자, 그러그러 다해 갈 때,)

    이번이나 저번이나 차차차차 풀린 마음

    (이번이나 저번이나 차차차차 풀린 마음,)

    조조해서 자주 보고 지질해서 그쳤더니

    (조급해서 자주 보고 지루해져서 그만두니,)

    다른 날 다시 보니 한 소쿠리 더했으면

    (다른 날 다시 보니, 한 소쿠리 더했으면)

    여한 없이 이룰 공을 어찌 이리 불급(不及)한고

    (아쉬움 없이 이룰 공을 어찌해서 이루지 못했는가.)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운수는 길어지고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성공할 운(運)은 멀어지고)

    조가튼 잠시로다 생각고 생각하소.

    (조급함은 잠깐일 뿐이로다. 생각하고 생각하소.)

    6.

    연포(連抱)한 좋은 나무가 두어 자 썩었은들

    (아름드리 좋은 나무가 두어 자 썩었다고 해도)

    양공(良工)은 불기(不棄)라도 그 말이 민망하다.

    (‘훌륭한 목수는 버리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민망하다.

    장인(匠人)이 불급(不及)하여 아니 보면 어찌하리.

    (목수가 보지를 못하고서 지나치면 어찌하리.

    7.

    그 말 저 말 다하자니 말도 많고 글도 많아

    (그 말 저 말 다하자니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약간 약간 기록하니 여차여차우여차(如此如此又如此)라.

    (조금씩 기록해 놓으니 이와 같고 또 이와 같구나.)

    이 글 보고 저 글 보고 무궁한 그 이치를

    (이 글 보고 저 글 보고 무궁한 그 이치를)

    불연기연(不然其然) 살펴 내어 부야(賦也) 흥야(興也) 비(比)해 보면

    (불연기연 살펴 내어 부와 흥으로 비유해 보면,)

    글도 역시 무궁하고 말도 역시 무궁이라

    (글도 역시 무궁하고 말도 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 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히 살펴 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